어떤 목적이 됐든 간에 해외로 떠나게 되면 설렘과 걱정이 상존하게 된다. 설레는 이유는 새로운 세상으로부터의 새로운 경험 때문이고, 그러한 경험이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를 부분에 대한 걱정이 준비하게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또 다른 감정이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별 걱정 없이 떠나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이제 첫발은 내딛는 사회 초년생이나 경험을 쌓아보고자 하는 대학생이라면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떠나는 게 여행과정에서 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너무 과하게 준비할 필요도 없다. 어딜 가든 사람 사는 곳은 똑같은 거 아닐까
해외여행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을 때 발생했던 일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쯤 대학생 때 처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였다. 배낭여행의 붐이 일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하나둘 배낭여행을 다녀온 선배, 친구들이 너무나 좋다고 강추하며 독려했다. 하지만 나의 영어실력은 미천하다 못해 벙어리 수준이었고, 국내 여행조차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대학생 얼뜨기였다. 다만 해본 게 있다면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간신히 지하철 타고 돌아다닐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우리나라의 명성은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고, 어느 나라를 가든 바디랭귀지는 통하니 무작정 떠나기만 하면 된다던 동료들의 꼬드김에 정말 계획 없이 배낭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비행기 예약을 위해 일정에 맞춰 어느 나라로 in, out을 해야 할지는 정해야 했기 때문에 대충 유럽 몇 개국을 언제쯤 떠나겠다는 계획과 유럽배낭여행 관련 책자 하나만 들고 영국으로 날아갔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대충 짐만 꾸리고 첫날 런던에서 머물 민박집만 대충 정해놓고 진짜로 떠났다. 당시 우리나라 컴퓨터 보급율과 인터넷 속도는 세계적이었는데, 유럽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몰랐다. 런던에 도착했을 때 민박집에 깔려있던 인터넷은 없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느렸으며, 핸드폰은 보급되기 전이라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런던 민박집에서 머물기로 한 기한은 끝나고, 유럽을 왔는데 다른 나라를 보지 않으면 아무런 소득이 없을 거란 생각에 유로스타라는 기차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벨기에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숙소를 구하는 게 급선무였는데, 당시 해외여행의 성수기로 근처 모든 호텔이 관광객으로 가득 차 길거리에서 노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5성급 호텔에서 일박하면서 예산 탕진
처음 경험해 보는 유럽의 삭막함에 무섭기도 하고 벨기에에서 노숙을 했다가 내 신상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5성급 호텔로 직행해서 남아있는 방중에 가장 싼 방으로 달라고 했다. 일박에 거의 40만 원 정도 되는 거금을 지불해야 했고, 내 수중에 남아 있는 예산은 일박으로 탕진하게 생길 지경이었다. 무작정 떠난 배낭여행에 대학생 수준에서 지출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배정된 방에 올라가 계획에도 없던(계획도 없었지만) 큰 예산이 지출된 것에 대해 남아있는 배낭여행의 막막함과 걱정에 나가 놀 생각은 못하고 방 안에서 엎드려 1시간 내내 한숨만 쉬고 있었다. 아니 실제로 울었던 거 같다. 그러다 나와 같은 상황으로 노숙을 생각하는 한국인이 꽤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작정 밖으로 나가서 한국인처럼 보이는 배낭여행객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2명의 배낭여행객을 찾아 노숙하지 말고 호텔을 가서 N빵 하기로 하고 하룻밤을 그렇게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하룻밤 탕진할 예산을 세이브함으로써 남아 있는 일정에 대한 걱정이 조금은 사라졌던 거 같다.
이제는 상황이 좀 다르다
이날 이후 처음 도전 하거나 경험하게 되는 것은 사전에 준비를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생겼던 거 같다. 그리고 배낭여행이 무사히 끝난 직후 영어회화학원에 등록했던 것도 나에게 일어난 변화였으니, 배낭여행의 경험이 날 조금 더 강하게 만들어준 원동력이 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요즘엔 그렇게 무작정 배낭여행을 떠나더라도 어딜 가나 인터넷이 잘 보급이 되어 있는 데다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어서 각종 정보를 무난하게 입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어려움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울 듯하다.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이 상승함에 따라 한국을 아는 사람도 많이 늘어나 정말 이제는 무작정 떠나도 될 것 같다. 그래도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행 전에 꼭 체크한다면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을 터이니 이왕 떠나는 거 꼼꼼히 챙겨 떠나시길
해외여행 체크리스트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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